외계행성의 빛 곡선, AI가 해독하는 시대

 



인공지능으로 우주를 분류한다

“우주, 기계가 분류 중입니다”

별빛이 깜빡인다. 그 순간,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외계행성이 별을 가리고 지나갔을지 모른다.

이 깜빡임을 잡아내는 건 천문학자의 눈이 아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하늘을 읽는다.


최근 멕시코 연구진은 외계행성 후보를 포함한 수많은 별의 ‘빛 곡선(light curve)’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분류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기존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무엇보다 '사람의 한계를 넘는다'.


빛 곡선? 별의 심장 박동 같은 것

먼저 빛 곡선이 뭔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빛 곡선은 시간에 따른 별의 밝기 변화 그래프다. 일정하게 빛나는 별도 있지만, 어떤 별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고를 반복한다.

이런 변화는 별의 자전, 쌍성계, 펄스(맥동), 심지어 외계행성의 통과 때문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수천, 수만 개씩 수집하게 되면,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연구진이 고안한 ‘BAPANN’ 시스템

논문은 인공지능 기법 중에서도 Bagging 방식의 인공신경망 앙상블을 사용했다.

이름하여 BAPANN (Bagging-Performance Approach Neural Network).


한 개의 신경망이 아닌, 세 가지 다른 신경망 구조를 병렬로 학습시킨 뒤, 가장 정확한 결과를 낸 모델을 최종 선택하는 구조다.

세 구조는 각각 은닉 노드를 5개, 10개, 15개로 다르게 설정한 다층 퍼셉트론(MLP) 모델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스템은 760개의 별 샘플을 9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분류 정확도는 무려 최고 97.8%에 달했다.


9가지 별의 ‘성격’, AI가 구분한다

연구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9개 별의 변광 유형을 분류했다:


1. ECLIPSE – 이중성 별이나 외계행성의 통과로 밝기가 주기적으로 떨어지는 유형

2. CONSTANT – 거의 변화 없는 일정한 밝기를 가진 별

3. APERIODIC – 규칙 없는 불규칙한 밝기 변화 (미라형 등)

4. CONTACT-ROT – 회전이나 접촉쌍성계로 인해 생기는 변화

5. DSCT-BCEP – 델타 스쿠티/베타 세페이드: 내부 압력으로 맥동하는 별들

6. FLARE – 돌발 플레어(폭발성 방출)를 보이는 별

7. GDOR-SPB – 감마 도라두스/느리게 맥동하는 B형 별

8. RRLYR-CEPHEID – 고전적인 맥동 변수성 별 (세페이드/리라이레형 등)

9. SOLAR-LIKE – 우리 태양처럼 겉표면에서 난류에 의해 미세하게 흔들리는 별


이들 각각은 빛 곡선의 '패턴'이 다르다. 기존에는 이 패턴을 사람이 눈으로 보거나, 복잡한 수학 공식으로 분석했지만, 이제는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분류한다.


데이터를 줄여도 정확도는 유지된다

기존 연구들은 보통 2,000~7,000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가진 긴 곡선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실험적으로 13, 20, 50, 150, 450 포인트짜리 곡선들을 각각 실험해봤고,

50포인트만으로도 97.8%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즉, 짧은 관측 데이터로도 신뢰성 높은 분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관측 영역—특히 자외선(UV) 대역—에 큰 희소식이다.

왜 이 연구가 중요한가?

1. 천문학의 자동화: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2. 외계행성 탐색 가속화: ECLIPSE 유형은 외계행성 후보를 의미할 수 있다. 정확한 분류는 후보 선별을 크게 단축시킨다.

3. 다파장 데이터 대응: 이 연구는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자외선(UV) 영역까지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

4. 적은 데이터, 높은 성능: 관측이 어려운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한계와 극복

물론 단점도 있다.

특히 APERIODIC 유형은 분류 정확도가 낮게 나왔다. 이는 불규칙성 자체가 특징인 유형이기에 학습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일부 통계치는 학습을 방해하기도 했고, 학습이 과도하게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선택적 특징 추출(Feature Selection)을 통해 이를 보완했다.

총 27개의 통계 지표 중, 실제로 분류에 도움이 되는 17개만을 선별해 학습에 사용했다.


예를 들어, 평균(AVG), 표준편차(σ), 첨도(Kurtosis), 비대칭성(J index), 맥동 진폭(ω) 등은 유의미한 구분력을 보였다.

반면, 연속 구간(CON), 최대 기울기(MXS) 같은 항목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아 제외되었다.


미래는?

이 방식은 단지 외계행성 탐색에만 쓰이지 않는다.


 * 은하 내 별의 진화 모델 분석

 * 항성 간 거리 추정

 * 다파장 통합 관측의 기반 모델

 * 대규모 미션(예: GALEX, TESS, PLATO)의 데이터 자동화 처리


심지어는 AI가 아직 미분류된 '이상한 별'을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

과거 사람 눈에는 놓쳤을 수 있는 신호를, AI는 패턴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천문학도 이젠 AI 손을 잡는다

이번 연구는 그 자체로 뛰어난 성과이자, 천문학과 인공지능의 아름다운 결합 사례다.

하늘을 바라보던 인간의 시선을, 이제는 기계가 더 넓고 더 깊게 확장해준다.


그리고 언젠가, 어떤 별빛의 깜빡임 속에서…

AI가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가장 먼저 알아볼지도 모른다.

출처 논문

Flores-Pulido, L., Barbosa-Santillán, L.I., Orozco-Aguilera, M.T., & Guzman-Velázquez, B.P. (2025). Classification of Exoplanetary Light Curves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AI, 6(5), 102.